2024. 11. 7. 00:59ㆍ마닐라이야기
♡의 마닐라행 목적은 국제학교를 가려는 유학이었지만 섣불리 유학을 결정했다가 이런저런 후회가 있을지 몰라 유학 전 캠프를 먼저 경험해 보는 것을 추천받았다.
영어캠프가 어떤 것인지 아무것도 모르고 무작정 마닐라로 떠난 ♡
마닐라에 도착한 ♡은 영어캠프가 여름방학 때 참가했던 대학교 캠프처럼
친구들과 재밌게 놀며 이런저런 체험을 하는 줄 알고 마냥 설레는 기분으로
홈스테이에 데려다만 주고 다시 바로 한국으로 돌아가는 아빠, 엄마에게 해맑게 손을 흔들며 신이 났었지만...
역시 바로 다음날.. 문제가 터져 버렸다.
늦은 밤.. 불안에 떨며 엉엉 울면서 걸려온 ♡의 전화에 너무나 놀래고 당황에 나도 같이 엉엉 울었던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짠하다.
우리가 몰랐던 영어캠프 첫 번째.
영어캠프동안에는 휴대폰을 모두 반납하고 저녁시간 후 영단어 테스트를 통과해야지만 주어진 시간 동안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었다.
아이들이 스마트폰에서 벗어나 온전히 캠프를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한 좋은 취지였던 폰반납은
우리와 떨어져 본 적이 없던 ♡에게 휴대폰은 아빠, 엄마와의 유일한 연결고리인데
영단어를 통과 못하면 폰을 받을 수 없고, 그럼 아빠, 엄마에게 연락할 수 없단 말에
안 그래도 좋아하지 않는 영단어 암기가 아마 이때부터 ♡에게는 공포이자 두려움, 피하고 싶은 존재로 변해 버린 것 같다.
외워보지도 않고 못 외우면 어떡하냐고 먼저 겁이 나버린 ♡은 마닐라에 간지 이틀 만에 매일밤마다 집에 가고 싶다고 유학 안 할 거라고 엉엉 울었는데,
다행히 이 모든 시기를 따스히 품어주신 원장님 덕분에 잘 견디고 넘어서줘서 지금은 어엿한 유학생이 되었다.
우리가 몰랐던 영어캠프 두 번째.
영어캠프는 마냥 재미있게 놀러 가는 곳이 아니었다.
생각보다 굉장히 체계적으로 짜인 스케줄에 따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진 열심히 공부하고,
토요일은 재미있는 외부 활동,
일요일은 쇼핑몰 나들이 및 휴식.
또한 영어공부를 겸한 연극, 스포츠데이, 쇼핑체험 등 재미있고 다양한 프로그램도 잘 준비되어 있었다.
마닐라에 가면 이제 공부 안 해도 돼~
마음껏 재밌게만 놀다 오는 거야~
라고 알고 간 ♡과 정말 그런 줄 알았던 나ㅠ
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학습량에 놀랬고,
그곳에 가서도 한국 수학 문제집을 푸는 것에도 놀랬고,
그런 스케줄을 너무 잘 따라주는 아이들의 모습이 제일 놀라웠던 것 같다.
우리가 몰랐던 영어캠프 마지막.
너~무 잘 먹는다.
매일 규칙적인 하루 세끼에 간식(야식)까지~
돈을 줘도 저렇게 못 먹일 텐데 정말 먹는 것만으로도 돈이 아깝지 않은 영어캠프.
한국에서는 슬슬 외모 관리에 신경 쓰이는 중1이기에 다이어트도 해야 하고,
학교 급식은 맛없다고 먹지도 않고,
그나마 먹는 것들은 거의 사 먹는 음식들이었는데
한참 클 시기에 뭐든 깨작거리던 아이가 캠프에 아니 우리 홈스테이에 있었던 덕분에 키가 훌쩍 클 수 있었던 것 같다.